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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칼럼

[요즘생각] 커다란 질문

#. 새가 묻는다.
※ 이른 새벽에 찾아온 가족들의 추모모습이다. 엄마가 주저앉아 통곡하며 운다. 언 손으로 정인이에게 편지를 써놓고 가겠단다. 함께 따라온 아이 손에 들려진 인형도 슬픈 표정이다. ‘해·달·별’의 <이스터 트리(Easer Tree)>앞에서 별이 된 정인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너는 지저귀기 위해 태어났어.”


이번에는 죽음이 묻는다.
“죽음, 넌 삶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거란다.”


볼프 에를브루흐(Wolf Erlbruch)의 답이다. 그는 국제 안데르센 상을 받은 동화작가다. 똥 그림에서 철학적 주제까지를 담아낸 그림책을 통해 삶의 의미를 탐색하게 된다. 나는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서서 그에게 물어본다.
“겨우 472일을 살다 간 정인이는 왜 태어난 것일까요?”


#. 밤새 눈이 살짝 내렸다. 이른 새벽, 오르막길이 걱정이 되어 빗질을 해 본다. 혼자서는 감당이 될 것 같지 않아 빗자루를 내던지고 투정을 부린다.
“왜 눈은 태어나는 거예요?”


 #. 방송 탓인지 추모객들이 아침부터 몰려든다. 영하의 맹추위도 저들의 발길을 묶어놓지 못했다.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한참동안 일어설 줄 모른다. 속죄의 기도가 저보다 거룩할까? 취재차 찾아온 취재원들의 손에는 취재수첩대신 꽃이 들려있다. 취재를 하다말고 그들이 울고 있다.


“주님, 슬픔은 왜 태어난 것일까요?”


 #. 깊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마지막 추모객을 떠나보내고 언덕길을 내려온다. 소등해야 할 시간이다. 진혼곡이 더 구슬픈 하루다. 이번에는 정인이에게 묻는다.


“춥지 않니?”
어서 빨리 햇살 가득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 꽃피는 계절이 다가와 정인이가 잠든 뜨락이 꽃향기로 그윽했으면 좋겠다.


※ 이른 새벽에 찾아온 가족들의 추모모습이다. 엄마가 주저앉아 통곡하며 운다. 언 손으로 정인이에게 편지를 써놓고 가겠단다. 함께 따라온 아이 손에 들려진 인형도 슬픈 표정이다. ‘해·달·별’의 <이스터 트리(Easer Tree)>앞에서 별이 된 정인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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