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인들은 노인은 살 가치가 없다고 스스럼 없이 입에 담는다. 정적 그들이 노인이 되기 전에는 자신들의 말이 무슨 의미를 지녔는지 알지 못한다.
나이가 70세가 넘으면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진 현실이다. 사회에 쓸모없는 폐물들을 국가가 폐기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비정한 가상세계가 눈앞에 다가올 모양이다. '플랜75'란 영화의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조선일보의 영화소개 기사를 공유한다.
나이 75세가 되면 국가에서 죽음을 도와주는 제도가 실시된다. 이름하여 ‘플랜 75′. 태어날 땐 맘대로 못 하지만 죽을 땐 계획해서 할 수 있으니 참으로 좋은 정책 아니냐고 홍보한다. 죽음을 서약하면 10만엔을 일시불 지급하며, 안락사를 시켜주고 화장장도 무료 제공한다.
세입자라면 집 열쇠 반환까지 맡아준다. 죽음을 ‘선택’한 국민을 위한 정부의 토털케어 시스템이다. 3년 시행 결과, 관련 민간 서비스가 동반 성장하며 1조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는 “플랜 65로 확대 실시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다.
내달 7일 개봉하는 영화 ‘플랜 75′는 초고령사회의 위기를 다큐보다 더 다큐 같은 가상 현실로 보여준다. 영화를 쓰고 연출한 하야카와 지에(48) 감독은 29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2016년 사가미하라(相模原) 장애인 살인 사건이 영화의 방아쇠가 됐다”고 말했다.
‘사가미하라 사건’은 일본 전후 최악의 흉기 살인으로, 당시 20대 범인의 증오 범죄에 중증장애인 19명이 죽고 27명이 다쳤다. 하야카와 감독은 “혐오와 무관심이 지속된다면 언제든 끔찍한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며 “인간의 존엄성보다 경제와 생산성을 앞세우는 참혹함을 담았다”고 말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장수(長壽)는 좋은 일이었고, 삶은 고귀한 걸로 여겨졌어요. 이제는 장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났죠. 생산성을 근거로 사람을 제거의 대상으로 본다면, 그 누가 예외가 될 수 있겠어요.” 영화는 6년 전 단편으로 우선 만들어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총괄 제작을 맡은 옴니버스 영화 ‘10년’(2019)에 포함됐다.
이후 장편으로 선보이며 제75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영화는 실제 사회를 반영하듯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진행된다. 죽음을 안내하는 공무원들은 상냥하며 친절하기 그지없다.
이면의 무관심과 비인간성을 감추기 위한 가면이다. 신청 노인을 전화로 돌봐주는 콜센터 직원은 잘 자라며 다정한 인사까지 건네지만 사실은 “노인들이 변심하지 않도록 죽을 용기를 계속 주라”는 근무 지침을 따를 뿐이다.
하야카와 감독은 각본을 쓰면서 노인 15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예상 외로 많은 노인이 ‘이런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있으면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답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영화 상영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한 관객은 “이런 제도가 실시되는 나라가 유토피아일 수도 있지 않느냐”며 “죽음의 염려를 덜 수 있는 제도라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하야카와 감독은 “그런 생각을 했더라도, 제 영화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날 상영관 300석을 꽉 채운 관객들과의 질의응답은 예정된 1시간을 넘기며 오후 11시가 가까워서야 끝났다. 하야카와 감독은 “사회의 편협함과 무관심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연민”이라며 “영화에 등장하는 두 젊은이가 차츰 현실을 깨달아가듯, 연민의 힘으로 희망을 밝혀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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