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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이슈

“40년 땡처리 장사에 통장잔고 없기는 처음”

소비주도 4060 세대, 돈없고 노후 두려워 지갑 못 연다

오늘은 생산하고 판매되지 못한 물건들을 트럭에 잔뜩 실어 ‘땡’처리 사장님께 넘겼다. 이것이 무게나 봉지 단위로 파는 것이라 판매가를 기준으로 보면 몇십 분의 일 가격도 안된다. 즉, 내가 오늘 200만 원을 받고 판 물건이 정상 판매가 되었다면 1억 원 어치 정도다. 나는 홀세일을 하는 사람이므로 생산단가는 대략 8500만 원 정도 되었을 것이다(영업 비밀을 누설하는군).

 

이런 것은 현찰 거래가 상식인데 외상거래를 했다. 40년 도매에 땡처리 장사 처음으로 통장에 잔고가 없다고 했다. 워낙 오래된 거래 관계라 신용이 있지만, 돈이 속이지 사람이 속이는 것이 아닌지라 마음을 비웠다. 동대문 도매시장이 붕괴하기 시작했다는 말은 3년 전부터 했다. 이제는 그 말도 필요없게 되었다. 거의 모든 소비재 시장은 악성으로 재편되고 있다.

 

 

중·노년의 가장 가난한 자들이 옷을 사는 소위 ‘창고대처분’ 떳다방 장사들도 완전히 쫄망 상태다. 그 가난한 자들이… 3천 원짜리 바지를 사입기도 쉽지 않다는 말이다. 없어서 못 사기도 하지만 돈이 있어도 쓸 수 없는 중노년층이 태반이다. 장하성 교수는 인구의 연령비 문제가 국가 경제를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계산을 심각하게 했을 것이다. 1955년에서 1970년에 태어난 사람들의 변화를 깊이 연구하였을 것이다. 40대 중반에서 50대 후반인 베이비부머들이 차지하는 인구 비율은 부동의 1위다.

 

이들이 소비를 주도하기 어려워지면 시장이 얼어붙게 될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들의 자녀들이 20세가 넘어서면서 독립을 했다면 지갑을 열었을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사업 실패나 주택 구입을 위해 빚을 진 것이 없다면 지갑을 열었을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누군가 노후에 생존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보장을 해준다면 지갑을 열었을지도 모른다.

 

IMF를 거치며 털리고, 대출금 갚느라고 털리고, 애들 사교육비로 털리고, 이렇게 털리고 저렇게 털리는 시절을 거쳤다. 그 와중에 중국까지 경제 성장을 하면서 생산 공장이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시작부터 가난했던 사람들은 죽도록 일해도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의 액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내가 절망스럽게 경제를 바라보는 것은 이들의 닫힌 지갑에는 돈이 많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갑을 닫고 싶어서가 아니라 동전 몇 푼 든 것이 이후 생존을 위한 것이라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보다 체질이 바닥난 사람들이 많다.

 

주변에는 다들 돈이 많은 듯한데 무슨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남의 집 사정을 어찌 겉으로만 보고 알 수 있는가? 또한 그들이 좀 가졌다 해도 그 돈의 액수로 몇 년이나 버틸성 싶은가? 온통 쓸 일만 있는데… 부동산을 사서 시세 차익을 얻을수 있을까? 사업을 시작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주식? 아무나 하는 것 아니다. 소비를 주도해야 하는 45세~ 60대를 위한 경제정책이 무엇이 있는가? 장하성은 돈을 뿌리면 소비가 늘고 돈이 돌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개인들의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을 잘 몰랐던 모양이다. 그것은 비단 중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들도 그렇다. 지금 무서워서 누가 돈을 쓰나?

 

성(城) 안에 있는 장하성은 분배 문제를 경제 문제라 이야기하며 성 밖으로 돈을 던지려고 했다. 그 돈은 결국 돌고돌아 성 안의 10%에게 간다. 구조가 그렇다. 이 문제는 국가가 개인의 주머니를 채워주겠다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성을 부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줘야 한다. 모두 열심히 일하면 뭔가 이룰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한국을 만들어야 한다. 분배 문제는 어느 사회나 네버엔딩 스토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재벌의 독점과 불공정 거래는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가 끊임없이 바로잡기 위해 함께 노력할 일이다.

 

성장 없는 경제 정책이란 말장난이다. 그나마 세금을 중장기적인 산업에 투자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박근혜 정권의 가볍디 가벼운 경제 정책에 질려서 미래를 향해 가자고 했건만 언발에 오줌누듯이 한번 찌끄려 놓고 중국으로 가버렸다. 이런 상황에 ‘친일파 재산 몰수하자’는 둥, ‘친일파를 없애라’는 둥, ‘죽어도 반일’만 외치게 한다. ‘어렵다, 못살겠다’고 경제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본인들은 정작 경제에 집중을 안 한다.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뭉쳐야 살 수 있다. 인구비를 말했듯이 노인이 많아지는 사회에서는 똘똘한 산업 몇 개가 모두를 먹여 살린다.

 

삼성을 해체할까? 그러면 속이 시원해지겠는가? 어제도 삼성노트의 빅스비로 장난을 치면서 삼성 화이팅을 외쳤다. 더 발전해서 세계 시장을 석권해야 한다. 그래야 쌀도 사고, 석유도 산다. 애들 유학도 보내고 미세먼지 잡을 연구도 한다. 그들의 비리나 문제를 덮자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기업을 미워하고 저주하는 어설픈 좌파 흉내 내지 말라는 말이다.

 

좀 솔직해지자.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40대 중반에서 60대의 사람들이 인생 살 만큼 살아봤으면서도 똘끼어린 소리를 지껄이며 소변인지 대변인지 분간 못하는 것을 보면 닫힌 지갑만큼이나 절망이다.

 

나경원이 반민특위 언급을 했다지? 그때그때 숙제 제대로 안하면, 두고두고 정치에 악용당한다는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독립군 출신도 화합을 위해 힘을 합치자며 친일 행각을 했던 사람들을 안고 갔다. 먹고사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반일을 외치는 것이 성 안 사람의 정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은 안해 봤을까? 후손을 위해 고려장을 다시 생각해보자. 내 아들이 잘 살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동굴에서 굶어죽겠다. 그래, 나 가족주의자다. 그러나 그 이전에 에미다. (글: 김영선)  [출처 : 제3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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