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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이슈

일상에서의 배려와 존중 -Jonathan Lee

1. 지적재산도 사유재산이다

한국어로 된 책을 사면 대부분 reference가 없는 경우가 많다. 역사든, 철학이든, 경제든, 300쪽이 넘는 글을 쓸 때 인용을 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으로 오롯이 내용을 채우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텐데, 한국의 저자들은 어떻게 그걸 거뜬히 감당해내는지 모르겠다. 같은 300페이지 책이라도 영어 원서의 경우 끝 부분에 인용된 reference 리스트만 20여 페이지가 달린다. 아마도 한국 저자들은, 실제로는 다른 책을(번역되지 않은 원서 포함) 인용하지만, 그걸 표기해놓지 않는 것 같다. 한마디로 표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해 대중적 민감함이 거의 없다 보니 그냥 관행처럼 굳어진 영역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앞으로는 꼭 바뀌어야 할 좋지 못한 관습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 이 책 저 책의 인용을 적당히 윤색하여 짜집기 하는 수준이라면 특정 주제에 대해 단시간에 단행본 한 권을 뚝딱 써내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출판물에 들어가는 텍스트에 관해선 출처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맞다고 본다. 지적재산도 사유재산의 명백한 일부다.


2. 담론 시작보다 실현이 더 중요

페이스북이 재미있는 건, 여기에 ‘표절’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쓴 내용이 얼마 지나면 페친 또는 다른 사람들의 타임라인에서 ‘마치 자신이 처음 그 이야기를 한 것처럼’ 떠다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나도 원저자에게 credit을 주지 않고 글을 쓴 적이 꽤 있기 때문에 할 말은 없음). 근데 그걸 꼭 ‘표절’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그게 딱히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찌되었건 좋은 담론과 아이디어는 널리 퍼질수록 유익한 것 아니겠는가. 그게 대부분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니깐.

 

꼭 누가 그 이야기를 처음 했는지는 딱히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이 무슨 엄격한 아카데미아도 아니고 말이지. 아무튼 결정적인 건 누가 담론을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담론을 ‘실현’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담론은 누구나 떠벌릴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실현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나는 그런 담론들을 생산하는 동시에 그걸 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3. 일상의 소소한 배려와 존중, 여유가 미국의 진짜 저력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운전기사에게

“Thank you”

라고 크게 이야기하는 것, 길거리나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마주친 사람에게

“Hi”

라고 웃으며 인사하는 것, 상점 카운터에서 계산을 한 후 서로

“Have a good one”

이라고 말해주는 것, 그리고 제복 입은 사람들(people in uniform)에 대해 진심어린 존경을 표현하는 것.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다.

 

나는 하늘 높이 솟은 고층빌딩보다, 대기권을 뚫고 날아가는 우주선보다, 문명의 이기를 선도하는 거대 IT 기업들 보다, 위에서 언급한 미국 일상의 소소한 배려와 존중, 그리고 여유가 더욱 부럽다. 그것이 미국을 미국답게 만드는 진짜 저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여러 면에서 아직 한참 멀었다고 본다. (글:   Jonathan Lee)  [출처: 제3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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