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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비즈니스

“빵이 없으면 삶이 없는 거에요. 이건 죽은 마을입니다.”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빵집 아저씨 이기심 때문”

 

동 트기 전에 불이 켜지고 한 두 시간 지나면 빵 굽는 냄새. 가게 문에는 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 바게트를 사 가고. 프랑스 시골 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요즘 이런 빵집이 빠르게 사라진다고 한다. 오늘 11일자 뉴욕타임스가 보도하고 있는 내용이다.

 

노르망디의 작은 마을 라-샤펠-앙-쥐제에서는 요 며칠 사이에 마지막 남은 빵집이 폐업했다. 사람들은 더 멀리 쇼핑몰까지 가서 공장 빵을 사와야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비극이라고 했다. 단순히 불편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웃들이 그곳에 와서 빵 나오기를 기다리며 서로 대화를 나누던 마지막 상점을 잃은 것이다. 빵집이 없는 샤펠-앙-쥐제는 생명 없는 베드 타운이 돼 버렸다.

 

“빵이 없으면 삶이 없는 거에요(No bread, no life). 이건 죽은 마을입니다.”

 

4대 째 이 마을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의 말이다. 요즘의 프랑스 시골을 여행하면 문 닫은 빵집들을 이정표처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빵집은 정육점, 반찬가게, 카페에 뒤이어 사라지는 전형적인 전통 골목 상점이다. 보바리 부인이 살았던 노르망디 시골 마을의 정취, 풍요로운 프랑스 시골 생활이 사라짐을 상징한다.

 

제빵사 수업을 받으려는 젊은이들이 줄고, 쇼핑몰이 손님을 빼앗아 가며, 젊은이들이 더 이상 빵을 많이 먹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 젊은 세대가 점점 더 밥을 먹지 않듯이.

 

지난 10년 간 노르망디 지역에서만 50개의 전통 빵집이 사라졌고, 내년에는 20개가 더 사라질 예정이라고 한다. 2017년 데이터에 의하면 프랑스 국민 절반은 1.6 km 이내에 빵집이 있고, 도시에서는 73%의 사람들이 800m 이내에 빵집 하나를 갖고 있다.

 

시간으로 따지면 걸어서 7.4분, 더 정확히 말하면 도시에서는 5분 거리, 시골에서는 9.4분 거리에 빵집을 갖고 있다. 이렇게 빵집 정보를 세세히 갖고 있는 나라는 유럽에서도 프랑스밖에 없을 것 같다.

 

상업은 단순히 장삿군의 돈벌이가 아니라 인간의 활기, 생명 그 자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유럽인들은 오래 전부터 빵집에서 빵을 사 먹었다는 것도 새삼 생각하게 해 준다. 그래서 애덤 스미스가 이렇게 말했던가.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빵집 아저씨의 선의가 아니라 그의 이기심 때문이다.”   (글 : 박정자)

 

[출처 : 제3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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