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막다른 절벽에서 다시 찾은 기회

재도전 성공 패키지 우수사례집②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재도전 성공 패키지 우수사례집②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백철민 대표의 이력은 꽤 다양하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때문이었을까. 열아홉 살에 일찌감치 산업 전선에 뛰어든 그에게 인생의 첫 번째 행운이 찾아온 것이 바로 이 시기였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단돈 7,000원을 들고 무작정 서울로 갔습니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고 돈을 벌고자 일자리를 찾고 있었는데, 삼성 직업훈련소에서 엔지니어를 스물네 명을 뽑는다는 광고를 보고 지원했어요. 경쟁률이 8대 1이나 되었어요. 모두 전문대 졸업 이상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저에게도 기회가 오더라고요.”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세상은 너무도 혹독했다. 하지만 삼성 직업훈련소 합격은 그의 인생에서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모든 것은 순탄했고, 이후 억대 연봉을 받는 남 부럽지 않은 삼성 서비스센터 사장까지 올랐다. 그런 그에게 시련이 닥치기 시작한 건 둘째 아이를 암으로 잃으면서부터다.  삶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고, 백철민 대표의 일에 대한 의지와 열정도 모두 무너졌다. 백철민 대표가 다시 이런저런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1년 정도 지난 후였다. 휴대전화매장, 컴퓨터매장, 식당 등 백철민 대표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언가를 해보려고 했다.  삼성 서비스센터 사장까지 오르면서 쌓았던 자신감은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 같다.  경험이 없는 새로운 분야에서의 호기로운 도전은 쓰디쓴 실패로 돌아왔다.

 

“삼성 서비스센터에서는 특별한 영업 없이도 계속 일감이 있는 구조였기에 경영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영업이 관건이었고,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니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죠.  마지막에 손댄 식당이 실패하면서 정말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잇따른 실패와 좌절, 재기를 위한 몸부림

 

사업자금은 이미 바닥이었다. 백철민 대표가 기댈 건 자신뿐이었다. 시장을 살피

고 공부하며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사업 분야를 찾았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새싹

사업이었다. 식용으로 인기 있는 새싹을 판촉 용품으로 판매하는 것이었다. 새싹

을 물에 띄워놓으면 스스로 자라는 형태였다. 어린이 교육에도 유익해 교육용

아이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이 아이템으로 특허까지 받자 무언가 활로를

찾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수월하지 않았다. 계절을 타는 판촉물이었기

에 고정적인 수입을 내기 어려웠다. 또 제조원가 400원, 판매가가 1,000원인 제

품을 1년 가까이 유지하려고 버티다 보니 어느새 재정은 마이너스 8천만 원이

되어 있었다.

 

“사업자금 없이 여기저기서 끌어다 투자했어요. 사업이 내리막을 타는 순간 접어야 했는데, 그 시점을 놓쳤어요. 조금만 더 버티면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계속 돈을 끌어다 썼는데, 그게 어느 순간 산더미처럼 불어나더라고요. 주변에서 괜찮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한 거죠.”


주변 사람들 조언도 가려들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백철민 대표는 농담처럼 가볍게 이야기했지만, 당시 겪었을 힘겨움과 막막함을 생각하면 가볍게 듣고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이야기였다. 백철민 대표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기에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집 팔고 시골 땅 팔아 모두 청산하고 막다른 절벽에 선 느낌이었죠. 좀 더 일찍 정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크게 남았어요. 하지만 이런 경험은 어디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이런 실패도 소중한 내 경험이자 재산이라고 받아들였어요. 그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시급 5,500원을 모아 만들어낸 시제품


백철민 대표는 다시 공부하고 연구했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잇따른 사업 실패를 함께 견뎌온 가족을 
위해서였다. 그는 다시 일어서야 했다. 삼성 서비스센터 경영으로 컴퓨터 시장의 성장과 쇠퇴를 이미 경험했던 백철민 대표는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 3D 프린터였다. 


“3D 프린터의 가능성을 보고 바로 피시방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시급 5,500원을 받고 일했는데, 200만 원을 모아 시제품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정작 사겠다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홍대 근처에서 ‘근룩’이라고 하는 꽤 유명한 목업 업체의 젊은 대표가 제 시제품을 선뜻 사줬어요. 같은 아이템으로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친구였어요. 정말 고마웠지요.”

 

그렇게 두 대가 세 대가 되고, 세 대가 네 대가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면서 백 대표의 재도전은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3D 프린터 시장의 패키지를 꿈꾸다

 

백철민 대표의 3D 사업은 단순한 프린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3D 프린터와 레이저커터기 등 메이커스 활동에 

필요한 모든 IT 장비를 함께 패키지로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누군가는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백철민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한 가지 아이템만으로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요. 3D 프린터가 잘 안 되더라도 다른 방향에서 위기를 헤쳐나갈 방안이 있어야 해요. 3D가 중심이지만 그것과 연계할 수 있는 다른 아이템도 함께 마련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합니다.”

 

3D 프린터를 개발하려면 3D 모델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했다. 모델링 프로그램만 해도 고가이기 때문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극소수에 불과했다. 3D 프린터 발전이 더뎠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백철민 대표는 이러한 어려움을 오히려 기회로 봤다. 아직 본격적인 시장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기회가 더 많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컴퓨터를 학원에서 배웠지만, 지금은 어린 학생들이 코딩을 접할 정도로 일반화되어 있잖아요. 3D 프린터도 윈도우즈나 워드 프로그램처럼 이제 따로 배우지 않아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시대가 올 거예요. 그러면 3D 프린터 시장도 크게 확장될 것입니다.”

 


기적처럼 창업진흥원과 만나다

 

3D 프린터 시장이 주목을 받으면서 백철민 대표에게도 고민이 생겼다. 기술적인 안정화에 따라 디자인의 변화, 그리고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IT 업계는 한발 빠른 행보가 시장 선점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원활하지 못한 자금 사정이 문제였다. 그때 만난 곳이 바로 중소벤처기업부(구 중소기업청) 산하 창업진흥원이었다. 


“그 당시에는 창업진흥원이란 곳이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대리점 사장님이 얘기해줘서 도전해 봤는데, 창업진흥원 재도전 성공패키지 사업을 통해 1억 원이란 큰돈을 지원받았어요. 그 덕분에 프린터 디자인과 시스템 모두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어요. 다시 생각해보면 절실했던 때에 기적처럼 행운을 만난 거죠.”


㈜에스쓰리디는 프린터 업그레이드와 함께 레이저커터기 시제품까지 만들어 신제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창업진흥원 지원 덕에 어려움을 딛고 점프업할 수 있었다고 백철민 대표는 강조했다.

 

“요즘은 사업도 그렇고 집안일도 그렇고 모두 좋습니다. 휘파람이 나올 정도예요. 다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는 ‘택시운전이라도 해라, 아직 정신을 못 차렸냐.’ 같은 쓴소리를 많이 들었고, 이혼 위기까지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 집사람이 웃으며 밥도 차려 주네요. 하하하.”


더는 물러설 곳이 없을 때 시작한 3D 프린터 사업이기에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백철민 대표. 지금도 그는 새벽 3시가 되어야 퇴근하는 경우가 잦다. 현재 대학교 창업과 관련한 강의도 하고, 대학교와 중국 기업에 기술자문도 한다. 아직도 쉼 없이 밤마다 공부하는 백철민 대표의 하루는  24시간으로도 부족하다. [출처 : 창업진흥원]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