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휘영청 보름달이 두만강 물결에 일렁이더니 청명한 추석날의 아침을 맞는다.
산소를 찾아 가는 북녘 사람들의 걸음소리가 사뿐하다.
굽이굽이 험한령 오르는 산길이라도 오늘만큼은 마음 넉넉해지는 한가위의 풍성함을 누리려나?
온 식구가 산소앞에 가지런히 모여 세 번씩 절을 하며 차례를 지낸다. 남이나 북이나 추석명절을 지내는 모양새는 같을진대, 사람 사는 냄새는 이토록 다를 수 있으려나.
고향을 두고 온 어느 탈북민은 통일의 그날, 제일먼저 가서 아버지 묘소를 찾는 게 소원이라 말했다. 또 다른 이는, 탈북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기에 아버지 산소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도 산소라도 쓸 수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거라고...
고난의 행군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조그만 흙더미에도 죽은 몸 뉘이지 못하고, 두만강에 쓸려 형체도 없이 사라져 갔을까?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추수를 기다리는 옥수수가, 또 한쪽은 죽은이의 묘지가 가득하다. 어제까지 저 옥수수밭에서 쉼없이 일하던 사람들이 오늘은 묘지 앞에 앉아 잠시 쉼을 누린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경각에 달린 단 한 줄에 불과한 것을...
추석 날 아침, 산소앞에 도란도란 모여 앉은 북녘사람들의 마음이 아마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절절한 소망을 바라는 게 아닐까? 추수를 기다리는 황금벌 들녘도 장군님의 은혜요, 쌀로써 당을 받들라는 독재의 억압도 추석날 단 하루만큼은 두만강 깊은 물에 던져지기를 바라고 또 바래본다.
두만강 건너 멀리서 찍은 이 희미한 사진한장일지라도, 두고온 고향이 그리워 추석연휴 내내 우울히 홀로 눈물의 밤을 보낼 고향이 북쪽인 분들에게 아주작은 위안이라도 될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바람은 없을듯하다. {글 사진 출처 : 페이스북 2019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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